광화문에서 경복궁까지 한 번에 걷고 싶다: 광화문 도로 지하화에 대한 상상
경복궁 앞은 더 아름다워졌지만, 걸음의 리듬은 아직 끊긴다. 광화문 도로 지하화 논의를 떠올리며, 도시의 풍경과 보행 경험 사이의 간격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경복궁 앞을 지났습니다.
월대가 복원된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단정하고, 또 시원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그렇게 시야가 열리는 경험은, 짧지만 분명한 감정을 남겼습니다.
그러다 문득 몇 해 전 보았던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경복궁 앞 도로를 지하화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기억이 맞는지 찾아보니, 기대했던 것처럼 전면적인 지하화가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여러 구상과 조정의 흔적은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걷는 길 위에는 여전히 차도가 남아 있습니다.
저는 정책의 복잡함을 다 알지 못합니다.
교통, 예산, 공사 난이도, 이해관계 같은 무게를 제가 가볍게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길을 지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의 장면은 또렷하게 느꼈습니다.
공간은 분명 더 좋아졌는데, 걸음의 흐름은 아직 끊긴다는 점입니다.
광화문에서 경복궁으로, 혹은 경복궁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아주 짧은 거리에서도 ‘멈춤’을 여러 번 요구받습니다.
신호를 기다리고, 차 소리를 견디고, 다시 속도를 맞추다 보면
장소가 주는 상징성과 체류의 리듬이 조금씩 분리됩니다.
그래서 작은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경복궁 앞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끊기지 않는 보행 흐름 안에서 천천히 걷는 장면입니다.
관광객의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도시의 일상이 그런 장면을 자연스럽게 품는 모습 말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거대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지나가던 한 사람이 남기는, 사소한 감정의 기록일 뿐일지 모릅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한 하루살이이고,
그래서 오늘도 단정 대신 관찰에 기대어 이 문장을 남깁니다.
도시는 완성된 정답보다,
계속 고쳐 쓰는 문장에 더 가까운 것 같기 때문입니다.
— onedaybug